일기/후기

[영화] 탑건

문베디드 2022. 8. 1. 22:05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이 한문장을 쓰기까지도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커리어, 부동산, 주식투자, 가족, 교회, 둘째 출산, 국제 결혼..
취업과 함께 낯선 도시에 홀로 살아가고, 순탄하지 않은 신입시절을 겪고, 결코 쉽지 않은 결혼생활을 그것도 국제결혼으로 시작하여 어느새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살아가는 것이 참 쉬운일이 아닌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해결되는 것은 없는데 고민과 문제가 하나씩 하나씩 쌓이고 무엇을 해야 현재의 상황보다 나아질까, 주섬주섬 발치에 널부러진 실오라기를 이가닥 저가닥 다 붙잡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탑건은 이런 내 모습을 잊게 해줄만큼 가슴 시원한 영화다. 사실 나는 탑건 첫편을 다 보진 않았다. 옛날 채널 돌리다 주말의 명화에서 가끔 보고, 유튜브 클립으로 영화의 잘린 단편을 감상했던 것이 전부이다. 그래서 사실 탑건보다는 토르가 보고 싶었다.

직장 동료의 "토르 보다는 탑건이다" 라는 그 한마디에 이끌려 탑건을 예매했다. 그리고 톰크루즈와 그의 동료들의 열연 그리고 뛰어난 영상속에 빨려들며 영화를 감상했다. 이렇게 진부한 주제를 들고와서 누가봐도 뻔한 스토리로 흘러갈 것이 자명해 보이는 영화가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을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터져나오는 영화였다.

누가봐도 베테랑 파일럿인 매버릭(톰크루즈), 누가봐도 기고만장한 다음 시대의 탑건 파일럿들, 그들을 가르치고 어려운 임무를 해내야 하는 매버릭,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던 그들이 결국 하나가 되어 임무를 완수하고, 묵은 오해를 털어내며 더 진한 우정을 나누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그런 영화지만 그 사이 사이 숨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전투기 액션 그리고 톰크루즈의 미소로 마무리되어 모든 것이 멋지게 포장되었다. 정말 멋있다!

직장 동료의 자녀는 탑건과 토르를 둘 다 보고 탑건이 재미가 없단다. 이유는 적이 명확하지 않아서 그렇단다. 아무래도 현실에 기반한 영화다보니 명시적으로 적국을 설정하면 해외시장 개봉에 어려움이 생기는 등 상업적,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수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나는 한가지 생각이 더 들었다. 어느덧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명확하지 않은 적군이 나와도 익숙했던 것이 아닐까? ㅎㅎ

이쯤 살면 어느 정도 삶에 대한 답을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멋지게 살고 싶다. 후회하고 싶지않다.
Don't think. Just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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